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보이는 것에 관심을 넘어 집착한다. 성인이 되면 경험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견해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매사를 판단한다. 살면서 경험한 것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때가 있다. 특히 아름다움이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해 겉모습만으로 판단했을 때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보이는 아름다움을 선택해 커다란 위기를 맞은 이가 파리스다. 파리스는 알렉산드로스라고도 하며 트로이 프리아모스왕의 아들이다. 그가 태어날 때 어머니 헤카베는 횃불에 도시 전체가 불타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것은 트로이의 멸망을 의미하는 불길한 전조라고 생각했다. 헤카베는 아들 파리스가 태어나자, 꿈 생각에 하인을 시켜 이데산에 버린다. 그러나 파리스는 기적적으로 구조되어 양치기들의 손에 자란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아버지인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에 올림포스의 모든 신이 초대되었지만,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은 초대받지 못했다. 이에 분노한 에리스는 불청객으로 결혼식에 찾아가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바친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황금사과를 연회석에 던졌다. 그러자 이 사과를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서로 차지하겠다고 고집하면서 말썽이 생겼다.
세 여신의 다툼으로 골치가 아파진 제우스는 트로이의 왕 파리스에게 심판을 맡겼다. 이에 여신들은 이데산에 달려가 헤라는 파리스에게 사과를 자신에게 주면 최고의 권력을 주겠다고 했고, 아테네는 누구보다 뛰어난 지혜를,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파리스는 사과를 아프로디테에게 주었다. 이로써 파리스는 헤라 여신과 아테나 여신의 적이 되었고 파리스에게 아프로디테의 보호 아래 메넬라오스 왕의 비 헬레네와 결혼을 한다.
헬레네는 아프로디테 여신이 파리스에게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바로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결국 아름다움을 선택한 파리스는 자신의 피로 그 대가를 치른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고 하지만 맛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보이는 아름다움에 항상 속고 있다.
☞박희숙
그녀에게 그림은 사랑이다. 피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것처럼, 작가는 삶의 고독과 아픔, 욕망 등을 수십 년간 화폭에 담았고 전시회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 왔다. 신문과 잡지에 미술 칼럼을 기고하고,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명화 속의 삶과 욕망’·‘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등을 출간하며 회화에 투영된 인간의 모습을 차분히 조명해 나가고 있다. 개인전 10회와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다. 동덕여대 미술대학, 성신여대 조형산업대학원을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