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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기의 Homo Auditus] 낭독(朗讀)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1-04 17:04:30 조회수 115

 

낭독하기에 친해져서 틈틈이 사람들과 일상에서 낭독으로 어울릴 것을 나는 권고하는 편이다. 노래라면 모를까, 사람들 모인 데서 낭독은 좀 뻘쭘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분위기를 고상하게 살린다.  

송년 가족 모임 등에 작은 낭독 이벤트를 기획해 보라. 각자가 쓴 시나 일기, 주고받았던 편지 등을 사연과 더불어 돌아가며 낭독한다. 좋아하는 수필이나 소설의 한 구절을 읽어도 좋다. 누군가의 악기 반주라도 있으면 제격이다.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이다. 

낭독을 읽기로만 생각하는 것은 단견이다. 낭독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강한 집중의 듣기를 수반한다. 좌중은 낭독하는 나를 듣고, 나는 낭독하는 그를 듣는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아는 사람은 낭독이 가지는 듣기의 진경을 터득하지 못한 사람이다. 

낭독은 내가 나를 듣는 과정을 거쳐야 그 진경을 실현한다. 가수는 자기가 부르는 노래를 헤드폰으로 들으며 부른다. 그래야 그는 자기 노래를 마음대로 부리고 누리는 데로 나아갈 수 있다. 

낭독도 그러하다. ‘읽고 있는 나를 또 다른 자아가 감지하는 과정이 있어야, 내 낭독을 내가 조정할 수 있게 되고, 낭독은 한 차원 높은 기술(skill)을 얻는다. ‘낭독하는 나를 내가 즐기며 낭독하는 경지인데, 내 낭독에 올라타서 낭독을 수행(performance)한다고도 한다. 

요즘 낭독이 유튜브(YouTube)에서 살아나고 있다. 유튜브에는 시나 소설뿐 아니라 매우 다양한 텍스트들이 낭독 프로그램으로 구현되어 사람들의 듣기 욕구에 호응하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글쓰기의 과정도 갈수록 디지털화되고 있다.  

미래의 문학기념관에는 작가의 육필 원고는 사라질 것이다. 대신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나 서간을 스스로 낭독하여 오디오 콘텐츠로 듣게 할 것이다. 육필 대신 육성으로 작가와 텍스트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낭독은 아날로그 시대보다 더 일상적 현상이 될 것이다. 또한 그런 만큼 낭독은 미래적일 수밖에 없다. /박인기 경인교대 명예교수·한국독서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