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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희의 백년대계] 청소년 진로교육을 위한 제언_코틀의 원형검사 사용법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3-11-16 16:23:46 조회수 157

 

청소년들의 진로교육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입시경쟁 앞에서는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진로교육이 전제되지 않는 입시경쟁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앞뒤가 바뀐 접근임은 분명하다. 급격히 낮아지는 출생률은 국가적 난제임이 분명하지만, 입시 당사자들은 입시에 대한 걱정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그럴수록 더더욱 청소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진로를 준비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따라서 진로교육의 기본적인 원리는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기법들을 활용하는 것은 학부모나 교사들에게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기회가 닿는 대로 진로교육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진로교육 기법 중 <진로시간 전망>이라는 기법을 소개함으로써 진로교육이 어렵거나 복잡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쉽게 진로지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진로시간 전망> 기법은 자녀에게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로교육 기법이다. 대부분의 진로교육 방법이나 프로그램은 미래를 설계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유독 <진로시간 전망> 기법에 관심 갖는 이유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해서 인생 전체를 조망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어떤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는지, 이 시기들을 어떤 관계로 연관 지어 생각하고 있는지를 그려보게(drawing)’ 하는 진로교육 기법이다. 

사실 청소년들에게 시간이라는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은 쉽지도 않고, 이들이 시간개념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시간개념은 철학이나 시간물리학 영역이기 때문이고, 플라톤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론 수많은 철학자들의 연구과제이자 논쟁거리였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인도철학에서는 과거, 미래, 현재의 순서로 현재만을 시간으로 파악했다. 과거도 미래도 모두 현재를 위해서 부수적으로 고려된 시간대라고 생각했고, 니체도 이런 인도철학에 영향을 받아서 영원한 현재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순서로 시간의 흐름 또는 흐르는 시간개념이 출현하기도 했다. 시간의 가장 일반적 정의는 존재의 지속적인 경과를 말하는 것인데, 시간론에 대한 논쟁을 체계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중세의 스콜라 학파였고, 당시 로마 주교이자 당대 최고의 사상가인 아우구스티누스였다.  

그는 과거는 이미 없는 것이고 미래는 아직 없는 것인데, ‘이미 없는 것과 아직 없는 것의 접점에 현재가 통과점으로 존재한다고 정리했다. 그렇다면 시간을 어떻게 분할 할 수 있는가?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런 문제를 풀 열쇠를 인간의 정신에서 찾았다. ‘정신이야 말로 자신 속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합적으로 파악해서 시간의 지속을 생각했다는 점에서 심리주의적 해석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로시간 전망> 기법도 이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간 개념은 이 정도로 논의하고 심리학자 에릭슨의 <위기극복 이론>에 대해서 알아보자. 

에릭슨은 정체감 형성의 결정적인 시기는 청년기이고, 이 시기에 확고한 정체감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청년기 이전에 극복해야 할 위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극복해야 할 위기가 무엇일까? 네 가지를 제시하는데, 시간 혼미/ 자의식/ 역할 고착/ 활동 불능 등이다. 이 네가지 위기는 반대 개념인 목표 개념으로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시간 혼미는 시간 전망으로, 자의식은 자기 확신으로, 역할 고착은 역할 실험으로, 활동 불능은 도제 수업으로 목표를 설정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관심 갖는 것은 바로 시간 혼미 대 시간 전망이다. 

시간 혼미의 사전적 의미는 시간에 대해 불안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극복할 목표 개념인 시간 전망은 무엇일까?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고,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이 되고자 하는지를 숙고하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추정해 보는 것, 이것이 시간 전망이다. 당연히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미래를 추정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과거를 기억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현재를 미래와 연결시켜 진로계획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이지은 리포터

 

그렇다면 진로시간 전망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1967년 심리학자 코틀이 발표한 <원형 검사>인데, 과거, 현재, 미래를 의미하는 세 개의 원을 이용해서 진행하게 된다. 이 검사에서는 원의 크기와 배치가 중요하다. 과거 원, 현재 원, 미래 원 등 원의 크기는 상대적 친밀감 즉 시간 전망의 비례 정도를 의미하고, 원의 배치는 과거, 현재 미래가 각각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나타낸다. 

그럼 코틀의 원형검사를 시작해 보자. 자녀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과거, 현재, 미래 세 개의 원을 그리게 하는데, 원의 크기와 배치에 따라 다양한 패턴으로 그리게 된다. 과거, 현재, 미래 각각의 원 크기만큼 우세한 것을 나타내고, 과거, 현재, 미래가 동등한 경우 과거 현재 미래가 동등하다고 해석하면 된다. 

원의 배치도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어떤 것도 접해 있지 않은 원, 중복되지 않고 선에 접해 있는 원, 부분 중첩된 원, 완전 중첩된 원의 형태 등이다.  

첫째의 경우인 어떤 것도 접해 있지 않은 원은 시간 차원이 고립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자녀의 시간적 관점은 자신의 미래를 향상시키기 위한 어떤 시도도 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둘째, 중복되지 않고 선에 접해 있는 원의 경우다. 이런 패턴은 시간 차원이 연결되었음을 의미한다. 진로 관련 사건들이 아직 개별적 독립적으로 구분되어 있고, 연속적이긴 하지만 서로가 통제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낸다. 셋째, 부분 중첩된 원의 경우인데 이것은 시간 차원의 연합을 의미한다. 과거가 현재에, 현재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현재와 미래의 원이 중첩된 부분은 현재 상황에서의 미래에 대한 예측 그리고 전망과 연관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드물지만 완전 중첩된 원의 경우인데, 시간 차원의 통합을 의미한다. 과거와 미래의 원을 현재의 원 안에 중첩 시킴으로써 현재에서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런 원의 크기와 배치의 유형을 조합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진로교육을 위한 개입을 하게 되는데,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녀에게 미래에 일어날 것 같은 사건 10가지를 적되, 예상되는 시기와 연령을 적게 한다. 이는 미래에 대한 꿈과 비전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진로계획을 위한 시간조망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나도 할 수 있겠구나하는 낙관적 입장을 키워준다. 셋째, 미래에 대한 불안도 감소시킬 수 있는데 이거 한다고? 그럼 D-day를 적고 공부해보자는 계획을 활용함으로써 불안감을 해소시킨다. 넷째, 현재의 행동과 미래의 결과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오늘 공부의 노력이 미래의 시험합격이라는 결과를 얻게 되는 거야라고 격려해 준다. 다섯째, 과거를 지향하는 자녀에게는 미래가 과거의 반복일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인식시킨다. 여섯째, 미래를 지향하는 자녀에게는 기대되는 사건을 가정해 보면서 미래를 더욱 의미 있게 하도록 한다. 이렇게 코틀의 원형검사를 활용하면 된다. 

코틀의 진로시간 전망을 위한 <원형 검사>의 사용 목적은 미래의 방향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미래가 실제인 것처럼 느끼도록 하기 위해, 진로계획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강화하기 위해, 목표설정을 촉구하기 위해, 현재의 행동을 미래 결과와 연계시키기 위해, 진로계획 기술을 연습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진로의식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게 된다. 간단하고 쉬운 진로교육 기법이면서도 진로교육의 효과가 큰 코틀의 원형 검사 방법을 적극 활용해 보는 것도 청소년의 진로시간 전망 능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남승희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미국 Indiana University 교육학 석사 및 박사

·교육부 여성교육정책담당관

·서울시 교육기획관

·명지전문대학 청소년교육복지과 교수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