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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터뷰] <인간의 게임 게임의 인간> 박종윤 작가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5-12-29 10:41:48 조회수 67
▲어린 시절 게임마니아 시절을 회고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박종윤 작가 @김슬옹 ⓒ 김슬옹

 

오마이뉴스에서 인간의 게임 게임의 인간》을 쓴 박종윤 저자를 인터뷰했습니다. 도서출판 소락원에서 최근 펴낸 이 책은 게임을 단순한 오락의 수단이나 중독의 위험 요소로 보는 통념을 넘어, 인류 문명과 함께 진화해 온 문화적·철학적 현상으로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기사 전문을 옮겼습니다. /소락원

 

이 책이 진작 나왔더라면 게임하는 아들과 불화하지 않았을텐데 

11월 어느 날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국어교육계 원로이신 박인기 선생(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의 글을 읽게 되었다. 청소년기 아들의 게임 몰입으로 아들에게 꾸중만 한 아버지의 고백이었다. 고등학교 때 시험 등수보다 게임 등수가 더 높았다는 아들, 군 복무 시절 면회 가서 보낸 일박도 밤새 게임만 했다는 아들. 그런 아들이 생애 첫 책 <인간의 게임, 게임의 인간>을 내놓자 아버지는 이렇게 썼다. "이런 책이 진작에 나왔더라면 아들과 불화하는 길로 들어서지 않았을 텐데." 

호기심이 발동해 박종윤 작가의 책을 얼른 구입해 읽게 되었다. 필자도 두 아들이 늘 게임으로 어울리는 상황을 이해 못한 똑같은 아버지였기에. 지난 1223일 성탄절을 앞두고 필자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취재라기보다 두런두런 내가 아버지가 된 양 첫 책을 낸 작가와 대화를 이어갔다. 박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 계기는 몇 해 전에 김천시립도서관에서 게임을 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 대상 강연을 했는데 워낙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쓰게 됐다고 한다. 

박작가는 최근 숭실대 융합 전공 과정 박사학위 최종 심사를 통과한 터라 그런지 아니면 신바람 게임을 얘기해서인지 내내 얼굴이 밝아 있었다. 

"게임과 독서는 대립관계 아냐, 열린 대화로 규칙 만들어야 

-작가님께서는 공학도 출신이자 30년 경력의 열혈 게이머로서 게임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셨습니다. 먼저, 게임을 단순히 아이들의 놀이가 아닌 '인류의 문화적 DNA'라고 표현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 많은 분이 게임을 현대 기술의 산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게임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해 왔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세네트', 6세기 인도의 '차투랑가' 같은 게임들이 그 증거죠. 우리 조상들이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몰랐다는 설화처럼, 몰입형 놀이가 주는 즐거움과 그에 따른 경계심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본성입니다. , 게임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인류 문명과 함께 진화해 온 문화적 유전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현대 부모님들에게 게임은 여전히 '공부의 적'이나 '중독의 원인'으로 비치곤 합니다. 특히 독서와 비교하며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맞습니다. 부모님들은 독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길 바라지만, 아이들은 게임의 즉각적인 재미와 보상에 끌리죠. 독서는 텍스트를 해독하고 상상하는 과정에서 뇌 전체를 쓰지만, 게임은 시청각 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이라 뇌 활용 기제가 다릅니다. 하지만 게임과 독서를 대립 관계로만 볼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역할이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적 안정이라는 긍정적 기능도 분명히 있거든요.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열린 대화'를 통해 아이가 왜 게임을 좋아하는지 공감하고 규칙을 함께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을 '질병'으로 보느냐 ''으로 보느냐 하는 논쟁도 뜨겁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 이슈도 있었고요. 

", 게임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과몰입은 일상생활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지만, 동시에 강력한 스트레스 해소제이자 성취감을 주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알코올이나 마약은 할수록 내성이 생겨 강도가 세져야 하지만, 게임은 하다 보면 질려서 그만두는 '불감증'이 오기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결국 게임은 그 자체로 선악이 아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도구'로 바라봐야 합니다." 

-책에서 게임의 기능을 예술과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도 조명하셨는데,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물론입니다. 게임은 서사, 시각 예술, 음악, 그리고 상호작용이 결합한 종합 예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처음엔 인정받지 못하다가 예술이 된 것처럼, 게임도 기술적 발전과 함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과정에 있습니다. 또한 게임은 고립을 낳는 게 아니라 새로운 소통의 창구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팀 게임에서 협동심을 배우거나, 디스코드 같은 플랫폼에서 국경을 넘어 소통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니까요." 

-한국의 게임 산업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K-팝이나 드라마보다 수출액이 훨씬 많은데도 'K-게임'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한다고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한국 게임 수출액은 K-팝의 9, K-드라마의 11배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매출 중심의 성장,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수익 모델 때문에 비판받기도 하죠. 또한 2004'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형성된 과도한 사전 검열 제도가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작년에 21만 명이 헌법소원에 참여한 것은 게임 이용자들이 이제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합리적 규제와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민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영원할 수 있을까요? 

"기술이 발전하는 한 게임은 계속 형태를 바꾸며 존재할 것입니다. VR이나 AI 기술과 결합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단순한 오락을 넘어 하나의 '삶의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게임이 지속 가능하려면 기술적 발전뿐만 아니라 교육, 가정, 노동 등 우리 삶의 다른 생태계와 건강하게 '공진화(共進化)''해야 합니다. 한국 게임도 '돈이 될까?'라는 질문을 넘어 'GOTY(올해의 게임상)'를 받을 수 있는 문화적 힘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내길 기대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번 출판에 즈음하여 박인기 교수가 아들에게 지어준 아호 '동천(桐天)'이 떠올랐다. "오동나무 넓은 잎새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푸른 하늘"의 이미지를 삶과 일의 여백 정신으로 추구하라는 뜻이란다. 게임에 몰두하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했던 아버지가, 이제는 세상의 모든 몰입을 향해 갈 때 그 몰입의 여백 사이로 비치는 보다 넉넉한 지향을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닐까 싶다. 

박종윤 작가의 책은 게임을 둘러싼 세대 간 불화에 '열린 대화'라는 출구를 제시한다. 게임을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왜 좋아하는지 공감하고 함께 규칙을 정하라는 그의 조언은, 수많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놓인 갈등의 다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복되어 온 부자간 불화, 그 보편적 숙제에 게임 세대가 내놓은 화해의 손길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혹시라도 책을 싫어하는 게임마니아들이 이 책으로 인해 독서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기자와 작가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94052&PAGE_CD=N0002&CMPT_CD=M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