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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의 영화 속으로] 영화 ‘대부 1·2’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5-09-23 14:15:55 조회수 159

영화 대부’(Godfather)4K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온다. 1편은 917, 2편은 1015일 재개봉 예정이다. 사람마다 1편이 마스터피스라니 2편이 더 걸작이라느니 갑론을박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영화계 속설을 대부는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없었을 MZ세대는 필히 관람, 부모 세대는 추억과 함께 재관람할 영화다.

왼쪽부터 4K 리마스터링 '대부1' 대부2' 포스터와 '대부 1·2' 통합 포스터.

 

#대부1(1972) 

2차대전이 끝난 1945년 뉴욕 5대 마피아 패밀리 보스 비토 콜레오네의 대저택. 막내딸 코니의 화려한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된다. 햇빛 눈부신 야외에서 잘 차려입은 남녀들이 밴드 연주에 맞춰 춤추고 웃고 마신다. 

마치 렘브란트의 초상화처럼 어둠과 빛이 대비되는 서재에는 비토의 손에 입 맞추며 청탁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 그 일 가운데 하나를 비토가 해결한다.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대부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대사. 한동안 영화광들은 멋짐 폭발용으로 이 대사를 주윤발 성냥개비처럼 입에 달고 다녔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란 말()이 아니라 말()이다. 비토는 자신의 양아들 조니 폰테인을 캐스팅하지 않은 영화 제작자를 협박하기 위해 그가 아끼던 명마의 목을 잘라 침대에 둔다. 촬영장에 등장한 것은 진짜 말머리, 흥건한 흑적색 피가 하얀 침대 시트를 적시는 장면은 호러다. 

비토 콜레오네 패밀리. 왼쪽부터 맏아들 소니, 비토, 마이클 그리고 둘째 프레도.

 

마약과 매춘산업은 거부하는 비토 패밀리를 제거하기 위한 상대들의 공격. 비토는 길거리에서 적의 총알에 쓰러진다. 비토가 넘어지면서 함께 쏟아져 땅을 구르는 과일들. 이 장면은 이후 여러 영화의 클리셰가 됐다. 다행히 목숨을 구하지만 병원까지 킬러가 들이닥치고 마이클에 의해 위기를 모면한다. 

비토에게는 세 아들 소니·프레도·마이클과 고명딸 코니가 있다. 마이클(알 파치노)은 패밀리 일을 거부하고 정상적인 삶을 사는 참전용사 출신. 하지만 비토 암살시도를 계기로 흑화된다. 그는 아버지를 해하려 했던 솔로초, 그와 결탁한 경찰서장을 사살하고 시칠리아로 피신한다. 

뉴욕에서는 피의 보복이 계속된다. 다혈질 소니는 여동생이 남편에게 또 맞았다는 전화에 막무가내로 가다가 일단 정지 바리케이트에서 수십 발 총알을 맞고 숨진다. 상대 패밀리의 함정이다. 이 장면은 1930년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유명한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범죄 커플 보니와 클라이드에게 경찰은 실제로 150여 발을 난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도 보는 관객들이 아플 정도로 총알 소낙비가 퍼붓는데, 소니 살해 장면도 그렇다. 

후계자로 자타 공인했던 소니를 잃은 비토는 패밀리 수장들을 소환한다. 그리고 그들 등 뒤를 천천히 걸으며 말한다. “만약 마이클이 오다가 비행기 사고로 죽어도 여기 있는 사람들 소행으로 알겠다.” 강렬하고 절절한 협박이다. 

돌아온 마이클에게 일을 맡기고 비토는 뒷선으로 물러난다. 그리고 당부한다. “바지니와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배신자다.” 폭력과 배신의 한가운데를 관통한 비토의 지혜가 함축된 한 마디. 이 말을 새긴 마이클은 바로 배신자를 알아차린다. 

비토는 정원에서 손자와 놀다가 심장마비로 평화롭게 숨을 거둔다. 비토 사후 마이클을 대대적인 상대 패밀리 숙청에 들어간다. 코니 아들의 성당 세례식 장면과 적들 살해 장면 교차편집은 영화 역사상 유명하다. 일이 다 끝나고 비토가 앉아있던 그 서재에 사람들이 들어선다. 마이클 손에 입을 맞추며 말한다. “돈 콜레오네.” 아내 케이(다이안 키튼)가 문밖에서 이 광경을 보자 마이클은 문을 닫는다. 영화도 끝난다. 

비토 역을 맡은 말론 브란도(오른쪽).

 

마리오 푸조 원작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영화화한 대부는 개봉 당시 흥행과 비평 모든 면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폭력이나 조직 세계를 다루는 느와르 영화의 교과서가 됐다. 

#대부2(1974) 

2편은 혈혈단신 미국으로 온 소년 비토 콜리오네 이야기로 시작되어 네바다로 거점을 옮긴 마이클 이야기가 함께 진행된다. 

비토 안돌리니는 시칠리아 콜레오네 마을에서 자랐다. 10살 때 마피아 보스 돈 치치가 자신의 부모와 형을 무참하게 살해하자 혼자 겨우 목숨을 구해 미국 가는 배에 올라탄다. 입국심사관이 가방에 적힌 마을 이름을 성으로 써서 미국 이름이 비토 콜레오네가 됐다. 

영화는 비토가 뉴욕에 정착해 힘을 키워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데뷔하고 얼마 안돼 날이 파랗게 서 있는 배우 로버트 드니로, 1편 말론 브란도의 젊은 시절이다. 집안이 몰살당한 1901년부터 성공한 비토가 돈 치치에게 복수하는 1923년까지가 그의 몫이다. 

마이클 이야기는 네바다로 이주한 1958년부터 동업자이자 그를 배신한 하이먼 로스가 공항에서 살해당하는 1960년까지다. 그 과정에서 마이클은 상대편 유혹에 넘어간 둘째 형 프레도 살해 지시를 내린다. 호수 한가운데서 출렁이는 빈 배, 자욱하게 낀 안개가 프레도를 애도한다. 마이클은 조직을 합법화하고 손을 씻으려 하지만 마피아 뺨치는 교황청의 배신으로 다시 피를 묻히게 된다. 

2편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지금도 곧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데, 거개가 고전에서 인용한 말인 줄 안다. ‘손자병법이나 논어에도 비슷한 맥락의 문구가 등장하지만, 이 워딩 그대로는 갓파더 새드’(Godfather said). 비토의 서재에서 톰(로버트 듀발)과 의논하던 마이클이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셨지, 하며 결기를 다지는 장면에 등장한다. 

2편에서 무게를 잡아주는 배우는 리 스트라스버그다. 100번 연기해도 100번 똑같이 한다는, 스타니슬랍스키의 유명한 메소드 연기 시스템을 미국에 도입해 수많은 배우들을 가르친 연기 선생으로 유명하다. 

아버지 비토를 이어 ‘돈 콜레오네’가 된 마이클.

 

배우로서 중요 배역을 맡아 출연한 건 대부 2’가 처음으로 마피아 최종 보스 하이먼 로스 역을 맡았다. 당시 그의 나이 73. 촬영장 사람들 모두, 그가 테이크가 바뀌어도 매번 똑같이 연기를 하는지가 관심사였다. 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상은 자신의 제자 로버트 드니로가 받았다. 

2편에 대한 평은 1편에 버금갈 정도였다. 스토리는 1편이 강렬하지만, 영화적으로는 2편이 낫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하지만 흥행은 1편에 못 미쳤다. /유청 영화칼럼니스트 

리마스터링이란? 

리마스터링은 필름 손상이나 검열 등으로 누락된 장면을 복원하고, 촬영 당시 예산이나 기술적 한계로 담지 못했던 영상미와 소리까지 되살리는 디지털 종합예술이다. 

대부시리즈와 아라비아의 로렌스’(2012, 원작은 1962)의 리마스터링은 특히 평단의 찬사를 받았는데, 원작의 영상미 재현에 충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대부의 상징과도 같은 거칠고 어두운 색감이나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담아낸 아름다운 밤 사막 풍경에 함부로 포샵질했다가는 역사의 죄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