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보고=오영세 기자] 메릴랜드의 고요한 숲길에서 불어온 사색의 바람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필명 ‘겨울부채’로 활동하는 재미 작가 심재훈이 에세이집 《육십이 넘어서 한 생각들》(도서출판 소락원)을 펴내며, 이민자의 고독을 건너 희망의 언어를 다시 세운 기록을 독자 앞에 내놓았다.
책장을 여는 순간 독자는 작가와 함께 메릴랜드 클락스버그의 숲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눈부신 햇살도, 회색빛 안개도, 문득 스쳐 가는 바람도 그의 사유 속으로 들어와 질문이 되고, 결국 삶의 결을 다듬는 지혜가 된다.
작가는 “육십의 문턱을 넘으면 삶의 언어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젊은 날의 언어가 꿈·성취·열정이었다면 이제는 고요·성찰·감사라는 말들이 더 깊이 스며든다는 고백이다.
이어 “육십이 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두려움이 아닌 ‘평화’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바람”이라고 밝힌다. 인생은 유한하지만 그 유한함 속에서 영원을 살짝 스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그의 시선에서 길어 올린 문장이다.
심재훈의 글에는 “거대한 업적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온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솔한 성찰이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 건넨 작은 미소, 힘겨운 이를 일으켜 준 따뜻한 손길, 잊히지 않는 위로의 순간들. 이 조각들이 모여 인간의 가치를 드러낸다는 작가의 체험이다.
문단 안팎의 평가도 따뜻하다. 이종국 워싱턴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작가는 세속의 덧없음 속에서도 인간다움의 깃발을 곧게 세운다”며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운 서정의 선율과, 꿋꿋한 노스탤지어의 화음으로 독자의 영혼 깊숙한 곳을 울린다”고 평했다.
이완홍(바나바스) 미국 성공회 사제는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끼워 넣을 수 있는 ‘공감의 자리’를 책이 제공한다”며 “의미 있는 수필의 본령을 충실히 지킨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작가 심재훈은 강릉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메릴랜드 클락스버그에 거주한다. 미주 한국일보 공모전(2019), 문학세계 신인상(2020),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신인상(2020), 재외동포청 동포문학상 소설 부문(2023)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으며, 수필집 《그냥》, 시집 《그 저녁 무렵부터》, 소설집 《스틱스 강》을 펴낸 바 있다.
이번 신간은 그의 문학세계가 한층 깊어진 지점에서 새롭게 열린 ‘육십 이후의 목소리’로 평가된다.
한국과 미국, 두 문화의 경계를 오가며 쌓인 경험과 상처, 그리고 그 위에 부서진 빛처럼 내려앉은 이해와 감사의 감정들. 《육십이 넘어서 한 생각들》은 그 조용한 흔들림의 기록을 한 장씩 펼쳐 보이며 “삶은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온기와 성찰의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https://m.newspf.net/7640, 2025.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