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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_언어의 ‘유정(有情)’함 전하는 박인기 교수의 ‘짐작’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4-04-18 09:44:32 조회수 51

 

[인터뷰365=이수진 기자] 위로하는 말, 위로받는 말, 힘을 주는 말, 힘을 받는 말. 당신은 어떤 말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까?” 

평생을 언어 가르치는 일을 해 온 국어교육학자 박인기 경인교육대학교 명예교수가 산문집 짐작’(도서출판 소락원)을 출간했다. ‘넉넉한 헤아림을 품는 언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언어의 생활철학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인간 탐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마치 사람이 그러하듯이 언어에는 온도가 있고, 표정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은 언어의 길 위에서 자신의 인생을 걸어간다. 언어가 그 길을 열어주기도 하고, 언어가 그 길을 막아버리기도 한다며 언어의 유정(有情)함을 설명한다. 언어 활동에 대한 메타인지가 이 책을 관통하는 의미 벼리인 셈이다. 

12강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박 교수는, 독자들이 언어의 유정함을 발견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유정한 언어를 향해 먼저 말을 걸면, 언젠가는 언어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언어의 실천 측면은 말하기와 글쓰기이지만, 언어 운용의 핵심은 말하기다. 발문(跋文)을 쓴 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소설가)말은 강력한 에너지 덩어리라 언어자본이라는 말이 성립한다언어자본은 상징기능뿐만 아니라 실질기능을 수행한다고 정의한다.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좋습니다말은 해고를 그렇게 속삭인다. “그럴 줄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 은원(恩怨)이 갈린다. “너 그런 인간인 줄 몰랐다” 30년 사귄 친구가 그 지점에서 갈라선다. 언어의 유정함과 강력한 언어자본의 실질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소통 전략임을 일깨워 준다. 

박 교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깊은 언어의 의미를 다 몰라도 언어를 기능적으로 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언어가 지닌 의미를 오래 깊이 음미하면 여태껏 무심히 지나친 인간을 발견하게 된다우리는 차가운 말이 아닌 따뜻한 말로 살아가야 한다고 권한다. 

1그럴 수도 있지편에는 박 교수의 제자 L 선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학급 급훈은 그럴 수도 있지. 자기 위주로 키워져 사소한 일에도 양보가 없고, 싸우며 경쟁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부터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응대한 이후 달라진 학급의 모습은 우리가 어떤 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감동스럽게 전한다. 

박 교수는 현대인에게 필수적인 역량이 된 소통(communication)이 그동안은 기술(skill)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으나, 이제 소통은 기술을 넘어 덕성(virtue)의 영역이 되었다공동체 윤리를 살찌우는 아름다운 소통, 그 소통의 덕성에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사범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국어교육 전공으로 교육학박사를 받은 박 교수는 EBS 프로듀서,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를 지냈고, 한국독서학회 회장, 교육부 교육과정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문학교육론’, ‘문학교육과정의 구조와 이론’, ‘국어과 창의·인성 교육’‘스토리텔링과 수업기술’, ‘한국인의 말, 한국인의 문화’, ‘한글의 최전선 지구촌 한글학교 스토리(공편)’, ‘교과는 진화하는가’, ‘다문화 현상의 인문학적 탐구등의 학술서와 언어적 인간 인간적 언어’, ‘송정의 환()’ 등의 산문집도 펴냈다. 

박인기의 말살이 철학 짐작25일부터 전국의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https://www.interview365.com/news/articleView.html?idxno=107723, 2024.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