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오영세 기자] “모든 가난한 것들은/ 어쩔 수 없이 시가 된다/ 세상에 어떤 것도/ 가난을/ 안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은/ 어쩔 수 없이 시가 되고 싶어한다/ 세상 어딘가에/ 제가 머물다 간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서다…….” ‘어쩔 수 없는 시’ 중에서.
2005년 ‘믿음의 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시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은 김혜경 시인의 첫 시집 ‘어쩔 수 없는 시’(도서출판 소락원)가 출간됐다.
그녀의 시는 자신이 경험해 온 시간의 흐름을 기억 속에서 재구성하는 일종의 ‘시간 예술’ 속성을 견고하게 갖춘 채, 오랜 상상의 화폭으로 자신만의 내면적 기록을 이어간다.
‘어쩔 수 없는 시’에 실린 79편의 시는 서정시의 특성을 첨예하게 보여주면서, 지나온 시간에 대한 열망의 언어와 애잔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을 충일(充溢)하게 품고 있다.
1947년생인 시인은 “음악교사 시절 제자들과 청주여고 후배들이 함께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노래하며 매주 시 한 편씩 쓰겠다는 다짐을 아직은 잘 지키고 있다”며 “나의 시가 지나가는 이 누구나 쉽게 목을 축일 수 있는 옹달샘 같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는 “김혜경의 시는, 불모의 기억을 수습하고 거기에 숯처럼 결정(結晶)된 사랑의 마음을 발화하는 면모를 꾸준히 보여준다. 오랜 기억을 섬세하게 재현하면서, 세월에 따라 지워져 가는 순간들을 실감 있게 복원해 낸다”고 밝혔다. /https://www.gokorea.kr/news/articleView.html?idxno=748320, 202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