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김다인 기자] 40년생 말임씨가 말하고 둘째 딸이 글을 덧붙인 자전적 에세이 ‘포도시, 말임씨’(도서출판 소락원)가 출간됐다.
‘포도시’는 ‘겨우’, ‘가까스로’, ‘아슬아슬하게’를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다. 엄마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집안 살림하다, 시집와서는 5남매를 키우며 농사짓느라 온몸이 망가져 늘 삭신이 쑤시고 아파 이제는 무엇을 하든 ‘포도시’ 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 논 넘겨주고 모고지서 걸어서 온 일을 생각허먼 내가 기가 맥혀. 눈이 와가꼬 땅에 이렇게 쌓였는디 걸어서 집에 온게 어떻게 느 아버지가 미워야지. 그런 것은 남자가 댕김서 처리해야지 내기다 맽기 놓고 내가 이 눈길을 걸어댕기는가 싶은게. 긍게 느 아버지한테 와서 대성통곡을 힜지.”
1940년에 태어나 84년을 살아낸 여성의 입으로 듣는 인생 이야기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 이제는 어느 하루, 어디 한 군데 안 아픈 날이 없이 ‘간신히’ 살아가는 엄마의 생생한 개인사를 통해 질곡으로 이어진 우리의 근현대사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삶의 무게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고 나만 왜 이렇게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SNS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 잘사는 사람이 천지다. 그런 당신에게 이 책은 이 세상에 이런 삶도 있다고, 이렇게 살아낸 인생도 있다고 위로를 건네며 한 발 내딛는 힘을 줄 것이다.
마치 시골 할머니의 목소리가 음성지원 되는 것 같은 생생한 전라도 사투리는 읽다 보면 저절로 따라 하게 된다. 말임씨의 눅진한 이야기에는 동시대의 어머니는 물론 자녀들에게도 공감할 만한 다양한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다.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 아닐 수 없다.
저자 서명순은 가난한 시골 살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사범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했다. 3년 전 30여 년의 보람찬 교직 생활을 마치고, 해가 다르게 쇠약해가는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베란다 정원에서 꽃을 가꾸며 세상도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https://www.interview365.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575, 202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