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걸어온 길에서 그가 걸어갈 길이 보인다”
자기 앞에 놓인 생(生)은 사람마다 다르다. 겪어내는 생 체험의 내용 자체가 다르기도 하지만, 그 생을 대하는 태도도 각양각색이다. 사람들이 각자 자기 앞에 놓인 생을 어떤 방식으로 대면하고 응시하고 헤쳐 나가는가 하는 점이 바로 생을 대하는 태도이다. 이 태도를 조금 더 거창하게 말하면 각자의 인생철학이 되는 것이다.
곤경에 처하였을 때, 하늘이 내리는 운명의 섭리에 먼저 순응하는 사람도 있고,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의지를 먼저 다그치려는 사람도 있다. 전자를 운명론자 또는 회의주의 생 철학의 소유자라고 한다면, 후자는 의지론자 또는 긍정주의 생 철학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이는 물론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다. 각기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이 산문집을 출간한 이경자 씨는, 굳이 선택적으로 말하라 한다면, 후자에 가깝다. 증거가 있는가. 있다. 이 산문집에 실어 놓은 21편의 자기 서사가 넘치는 증거가 된다.
아시다시피 산문정신의 가장 본질 바탕이 기록의 정신에 있다. 글쓰기 훈련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개는 문장과 표현의 기술을 익히는 말초적인 데에 치중되는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글쓰기는 삶과 생각을 되짚어 보고, 우리 삶을 어떻게 실천하고 살 것인가를 되물어 보고 다짐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문장과 표현의 기술 역시도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삶을 성찰하는 생각과 관조, 그리고 실천을 다짐하고 전하고 공유하는 일을 돕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 녹록하지 않았던 작가의 삶을, 그녀가 그 녹록하지 않음에 눌리지 않고 걸어왔음을 말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그녀가 불우의 환경 가운데서도 긍정의 길을 스스로 열어 가는 과정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기록한 책이기도 하다.
☞이경자
1960년 경북 경주시 신평동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큰비로 내를 건너지 못하면 오빠를 졸라 등에 업혀 학교에 갔다. 엄마도 책보를 메고 같이 다녔다. ‘봇또랑 추어탕’이라는 음식점을 23년째 운영하면서 휴일 없이 문을 열고 있다. 손님들에게 음식뿐 아니라 건강과 기운을 드린다는 생각에 기쁨이 크다. ‘기억의 부활 존재의 증명’이란 체험 서사 글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글 쓰는 재미를 알게 됐다. 글쓰기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이웃을 더욱 사랑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