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상상력이 나와 타자의 삶에 관여하여 ‘어울림’의 혁명이 일어나길...”
인문학은 우리 인간의 삶, 사고 또는 인간다움 등 인간의 근원 문제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삶 자체가 인간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에 자유로울 수 없기에 현실의 인문학은 초국적 이주에 의해 형성된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읽기와 해석의 방법론을 내놓아야 한다.
인문학은 분과 간 통합적 사고를 중요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달리 이해하면 인문학의 분과 중 어느 한 분야를 공부하더라도 다른 분야에 대해 모르면 그 이해가 깊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특히 인문학은 인문학적 ‘감수성’을 추구한다.
감수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실은 ‘논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이공 계열로부터 그와 구분되는 자신만의 가치를 주장하기 위한 전략의 일종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은 ‘인문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담론’이라는 것의 토대가 된다. 인문학적 담론은 그 출발이 철학부터가 논리학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인문학적 감수성은 ‘인문학적 사유’와 ‘인문학적 담론’의 추론과 논리를 작동하는 기반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 저서는 다문화 사회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력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초국적 이주로 형성된 다문화 사회에서 구성원들을 위한 인문학적 감수성이 요구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인하대 다문화융합연구소에서는 다문화 인문학 시민 강좌 시리즈를 기획하고 시민들과 비대면 화상 강의를 통해 교감하였다. 본 저서는 바로 시민 강좌를 통해 발표되었던 강연자들의 글 아홉 편을 묶은 결과물로, 교양 저서로서 세상에 내놓는다.
1장 ‘다문화 인문학: 다문화 시대 인문학의 자리매김’에서는 다문화 인문학을 다문화 사회를 위한 인문학적 접근으로 개념화한다. 다문화 인문학은 다문화 개념과 다문화 사회의 사회 문화 현상에 관한 이해, 그리고 다문화 사회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창조해내는 인간의 관념과 행동에 관한 학문이다. 궁극적으로 ‘공존적 인간’을 형성하는 것이 다문화 인문학의 목적이다. 공존적 인간을 위하여 다문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은 세 가지의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을 강조한다.
2장 ‘다문화사회의 시민과 타자 지향성의 철학’에서 다문화 사회의 시민은 학문 수행자로서의 존재라고 주장한다. 학문 수행자는 수행자로서의 갖추어야 할 역량이 있다. 이는 수행하는 나를 성찰하게 할 수 있는 ‘타자 존재’의 인정이다. 이를 ‘타자 지향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상학 철학의 패러다임에서 후설의 타자 지향성 의미에서부터 하이데거, 메를로 퐁티, 사르트르, 레비나스, 카뮈, 부버 등이 주장하는 타자에 관한 논의들을 살펴보고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어떻게 타자를 바라볼 것인가라는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3장 ‘다문화 사회로서 한국의 미래와 시민 윤리’에서는 우리가 이미 다문화 상황 속에서 살고 있고, 미래에는 일상적인 다문화 상황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시민 교육이 가정 교육에서 출발해서 유치원, 초중등학교로 이어지는 교육에서 필수적이다. 다문화 인문학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하고, 특히 실천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와 긴밀한 연계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4장 ‘다문화 시대의 관계 맺기: 연기적 독존의 미학’에서 우리 존재는 연기성에서 출발해서 독존성으로 나가는 발전 과정을 지닌다고 보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태아와 영아, 유아의 발달 단계를 거치면서 독존의 영역은 확장되고 심화된다. 이러한 특성 아래 다문화 사회에는 적극적 인식과 수용을 전제로 우리 존재성의 근원을 살펴보고 그 맥락에서 관계 맺기를 위한 화쟁의 윤리를 실천적 대안으로 생각해야 한다.
5장 ‘다민족 사회에서의 문화 체험을 통한 모국가의 문화 전파와 확대’에서 다문화 사회는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모국 문화와 전통을 재현하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시에 타국가로부터 온 이주민과 자신들이 현재 살고 있는 국가의 문화를 포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다문화 사회에서는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해당 국가의 전통과 문화를 즐기고 전수하려는 움직임에서부터, 사이버상에서 이루어지는 팬 민족주의의 근간을 형성하기도 한다. 오프라인상에서는 물론, 온라인상에서도 모국의 문화를 체험하면서 사이버 민족주의의 탄생과 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6장 ‘신한류 시대의 문화 혼종화와 문화 정치화 담론’에서는 신한류 현상이 한국 문화의 초국가적 흐름과 혼종화에 기인한다는 점에 착안해 혼종화의 역할이 과연 한국 대중문화의 전 세계적 흐름에 어떻게 기여하였는가를 살피고 있다. 한류 콘텐츠의 전 세계적 확산을 문화 정치의 틀 속에서 규정하는 것으로, 혼종화와 문화 정치를 연계하여, 한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7장 ‘다문화 사회의 재인식과 다중문화주의로 가는 미래 구상’에서는 한국 사회도 이제 크게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단일 민족 사회가 아니라 다국적 사회로 가면서 다인종 사회가 형성되고 다중문화주의로 가고 있다고 본다. 다중문화주의는 다문화주의처럼 소수자 문화를 대등하게 여기는 배타적 존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 문화를 비롯한 타문화를 적극 수용하여 익히고 통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중문화주의가 가치 있게 실현되는 양방향 소통의 상생적 문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8장 ‘다문화 인문학과 문화 교육’에서 문화 행위의 주체가 인간이라는 점에 착안하면 문화의 내용은 상당 부분 인간학 또는 인문학의 요소와 통섭 관계에 있다고 본다. 20세기 이후 문화 연구는 인문학적·사회학적 맥락을 함께 아우르는 연구 분야로 자리 잡아 왔다. 미래에는 ‘문화 융합’이란 말이 등장하여 다른 개념어들과 상호성을 가지게 되며 대단히 큰 자장의 힘으로 문화의 세계에 변화를 줄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문화 교육이 중요한 사회가 도래할 것이고, 문화 교육의 가치와 목적은 가치의 상대화 속에서 주관을 가지는 주체를 기르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9장 ‘다문화 문학으로서의 설화에 대한 이해와 접근’에서 정주민 대상의 다문화 교육이 본격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을 지적한다. 일회적이고 시혜적인 차원의 다문화 교육이 아닌 본격적인 정주민 대상의 다문화 교육, 즉 함께하는 공동체 구현 차원의 다문화 교육을 위하여 다문화 문학으로서 설화 ‘밥 안 먹는 색시’를 소개하였다. 설화 ‘밥 안 먹는 색시’는 정주민도 다문화 교육이 필요한 학습자라는 점, 즉 이주민이나 사회 공동체를 위하여 다문화 교육의 학습자인 것뿐 아니라 자신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정주민이 능동적으로 다문화 교육의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다문화 사회를 인문학적으로 읽기에 관심이 있는 모든 시민을 독자로 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각 장은 다문화 시민 인문학 강좌에 초청된 강연자들이 바라본 다문화 사회의 인문학적 시선이다. 제각기 다른 전공 분야에서 바라보는 다문화 사회의 인문학적 시선은 말 그대로 다양하다. 그렇지만 읽는 우리로 하여금 인문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저자 김영순·박병기·진달용·임재해·박인기, 출판 yeondoo, 발행 2022.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