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많이 떠돌았다.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듯 내 안을, 집 밖을 나가 떠돌아 있던 나는 다시 나에게도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빈집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라는 불청객을 만난다. 내보내려 했지만 나가지 않는 불청객.
‘나’는 그와 함께 오랜 시간을 ● 속에 있게 된다. ●는 진정한 나에게로 가는 길이자,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근본 그 자체이다. ‘그’와 ● 속에 함께 있으면서 ‘나’는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내면의 수많은 나들, 혹은 너들, 악마의 자식도 맞닥뜨린다. 나는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 ● 밖으로 나가고자 마음을 먹는다. ●에서 나간다는 것은 닮았지만 조금씩은 다른, 나이기도 하고 그이기도 하며, 악마의 자식이기도 한 또 다른 나는 마주한다는 것이다. 비로소 나는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듣자 그의 정체를 깨닫는다.
김형미의 그림소설 ‘불청객’은 특별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내 안에서, 네 안에서, 삶과 삶 밖에서 떠돌기만 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나로 돌아가는 길을 안내해준다.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 우주를 깨우는 우렁찬 닭 울음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우리는 너무 많이 떠도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 내 안에서, 혹은 네 안에서. 그리고 삶과 삶 밖에서.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떠돌게 하는 것인가. 욕심인가, 욕망인가.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은 어디인가. 무한히 평안하고, 무한히 살가운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글을 쓰고 싶었다. 허황하지도, 허하지도 않으면서 한없이 반가운 삶 속으로 말이다. 그리고 혼몽한 세월을 안개처럼 떠도는 수많은 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내 안을, 집 밖을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노래.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너의 이야기이기도,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마음의 소리를. ‘불청객’은 그런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쓰여졌다. /저자 김형미, 출판 푸른사상, 발행 2019.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