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타임캡슐》은 과거의 태백 탄광과 현재의 건설 현장이 교차 되면서 인간의 천박한 욕망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소설이다. 과거 태백 탄광의 막장이 인간 삶의 처절한 삶의 현장이었다면, 이제 타워크레인의 고공 조종실이 그 막장을 대신해 처절한 삶의 현장이 된다. 물론 그 현장을 비극으로 내몬 건 비상식적, 비정상적 자본주의적 욕망이다.
이명그룹의 쌍둥이 빌딩인 서관이 올라가고 있는 건설 현장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타워크레인 지브의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려 몸부림치는 이가 있다. 바로 이명그룹의 후계자인 장일환 전무. 보쌈 싸듯 그를 갑바에 씌워 갈고리에 달아 올린 이들은 현장의 인부들. 이들 중 상당수는 태백 지역의 광산을 모태로 성장한 이 기업의 옛날 노동자들이다. 이제는 카지노 단지의 콘도를 건설 중인 현지에서 하나둘 상경해 그간 앓아온 진폐증과 감춰진 사고의 사후 보상을 요구하는 데 실력행사를 하고 나선 것이다.
타워크레인의 운전대를 잡은 곽영석 또한 그들과 같은 탄광촌 출신이다. 그 아버지는 오래전 이명광업소가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서 목숨을 잃었다. 어린 시절을 줄곧 탄광촌에서 보낸 영석은 여동생인 신례를 폐광으로 데려가 죽게 한 아픈 상처를 갖고 그 악몽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군 복무 시절에는 상관을 사망케 한 사고에 연루돼 징역을 살았고, 그 당시 면회를 왔던 어머니마저 뺑소니 교통사고로 저승으로 떠나게 한 처지다.
한편 영석의 형인 곽진석은 그와 대비되는 인생의 행로를 걸어왔고 전혀 다른 삶을 꿈꾼다. 그는 일찍이 탄광 지대인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인텔리였다. 이들 주인공을 둘러싼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데…. /저자 신장현, 출판 휴먼앤북스, 발행 2023.12.12
☞신장현=경기도 이천 출생. 한양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방송위원회에서 근무함. 문학사상 신인상(1997년)으로 등단, 이듬해 대산창작기금 받음. 소설집 《세상 밖으로 난 다리》 《강남개그》 《덤블링트리》 장편 《사브레》 《돼지감자들》 동화 《딱따구리방송국》 등을 펴냄.